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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세상을 깊게 보는 눈

 세계적인 언론사 「뉴욕 타임즈」의 CEO, Sulzberger Concedes가 얼마 전 “We will stop printing the New York Times sometime in the future.”라는 말을 했다. (2010년 9월 8일, Business Insider) 재정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인 최대 언론사가 신문의 종말을 예견하다니, 정말이지 ‘신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소셜 미디어의 확장으로, 기존의 언론 매체는 ‘트위터’보다 신속성과 파급력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심층성과 참신성을 요구하는 탐사 보도는 신문 매체의 탈출구라 할 수 있다. 책 「세상을 깊게 보는 눈」에는 발로 뛰는 기자, 몸으로 부딪치는 기자들의 탐사보도 경험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당시 그 아이템을 기사 소재로 선택하게 된 계기와 내용을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쓰일 수 있는 기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탐사 보도 이후 일어난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의 변화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져 미래에 기자를 꿈꾸는 나에게도 큰 자극제가 됐다.

 가장 주의 깊게 본 것은 탐사 기획의 아이템을 잡는 과정이었다. 고등학교 때 교지편집부에서도 기획보도로 내는 특집기사에 가장 많이 공을 들였는데, 그때마다 항상 시작이 어려웠다. 무엇을 주제로 삼아야하는가. 책에 소개된 사례에서는 윗선에서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제보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행정부 탐사보도’의 세계일보 김형구 기자는 자신의 일상에서 아이템을 발굴해 낸 점이 인상 깊었다. 「정보 싱크탱크 대해부」의 경우 신문에 난 연구용역 발표 보고서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였고, 「주민등록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기자 자신의 ‘황당한’ 주민등록 말소 경험에 착안해 기획을 시작했다. 과연 평소에 이런 문제의식이 깨어있지 않았다면, 자신의 경험을 기사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까?

 기사를 준비하고 본격적인 탐사를 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방식도 재미있었다. 직접 발품을 팔아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이 곳 저 곳 관계 기관을 찾아다니는 취재나, 자료에 파묻혀 그것들을 일일이 분석하는 작업 등을 보면 역시 기자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기자들의 의지가 느껴져 나까지 뿌듯했다. ‘과학·의학과 탐사보도’에서 PD수첩 팀은 전문 지식을 습득하느라 진이 빠지기도 하고, ‘대한민국 권력집단 해부’에서 KBS 취재팀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일일이 분석하고 엑셀에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또 ‘지역 언론과 탐사보도’의 부산일보 이병철 기자는 「지역대학 최우수 졸업자 뭐하나」 기사에서, 관련 기관의 통계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100여 명의 대상자에게 직접 전화 조사를 실시해 확실하고 생생한 정보를 얻어 기사의 참신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발로 뛰어야 하는 기자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탐사 보도 이후에 일어나는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읽고 나는 다시금 기자에 대한 꿈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특히 ‘소외층과 함께하기’의 「난곡 리포트」는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를 통해 사회 변화의 싹이 움트는 좋은 사례였다. 취재팀의 막내기자는 직접 달동네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고, 담당 사진기자는 매일같이 달동네를 오르며 난곡의 안타까운 실상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런 시각으로 만들어진 기사는 큰 단체나 기업의 후원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후원까지도 이끌어 냈다. 취재팀의 세 기자가 만들어낸 다섯 편의 글이 난곡의 2000여 가구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기존 언론이 그 위상을 지키고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에는 ‘세상을 깊게 보는 눈’을 견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언론의 위기가 비극적 결말로 끝나지 않고, 탐사 보도를 십분 활용해 언론이 더 탄탄해지고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0년 11월 기획취재부 수습기자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