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dream.kocca.or.kr/mentorstory.do?idx=3281
PGK 윤기호 멘토팀 ② 한 울타리 안 네 사람, ‘또 하나의 가족’이 되다
(①에서 이어짐)
윤기호 피디님의 에이트볼픽쳐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재형, 이시현, 조현경 작가님들. 얼마 전 회사 MT를 다녀오기도 했다는데, 윤기호 피디님은 ‘동아리 같은 회사’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납득이 갈 만도 한 게, 멘토님과 교육생들이 모두 30대 초중반, 동년배입니다. 스승과 제자보다는, 동료 혹은 친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이들인데요. ‘작가님’, ‘피디님’으로 서로를 부르며 깍듯한 존대를 사용하지만, 말 안에서는 허물없는 관계라는 게 느껴집니다. 이들이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을까요?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기호 피디님, 신재형, 조현경, 이시현 교육생
①에서는 윤기호 피디님의 이야기를, ②에서는 신재형, 이시현, 조현경 작가 교육생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조현경 교육생 |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열정
조현경 교육생은 꿈에 대한 엄청난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정말 좋아 많이 보고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게 됐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는 연출자를 꿈꿨지만, 졸업 후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니 연출자보다는 작가가 자신에게 어울리겠다는 걸 알게 됐다는데요.
다니던 영화교육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후에는, 드라마 작가나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서 경력도 쌓았습니다. “윤 피디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영화 일에는 어떤 자격증이 없는데, 내가 썼던 글의 조각이나 경험치로 가능성을 봐주신 분들이 있었다는 게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조현경 교육생은 다양한 장르의 포맷과 작가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볼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프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아참, 조현경 교육생은 멘토 윤기호 피디님과는 동갑 ‘친구’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시현 교육생 |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를 만들 이야기꾼
이시현 교육생 역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는데, 어릴 적의 ‘장래희망’은 윤 피디님과 마찬가지로 소설가였습니다. 디자이너, 작곡가 등 여러 꿈이 있었지만, 결국엔 영화로 길을 정한 것인데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는 ‘나도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졸업 후에는 영화 기획사에서 일하며 많은 시나리오를 접하고 현장 경험도 쌓았습니다. 특히 장편영화에 스크립터로 참여했을 때는 연출 감독님 옆에서 영화 촬영과 편집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빡빡한 스케줄, 잦은 철야 작업으로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혼자서 시나리오도 써봤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습작을 해오다가, 지금은 결단을 내리고 창의인재사업에서 집중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신재형 교육생 | 아홉 살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 꾼 전략가
치밀한 현장 묘사와 탄탄한 전개,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의 두뇌싸움을 다룬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스릴러 장편소설 <흔한 일들>의 작가, 바로 신재형 교육생입니다. 알고 보니, 범죄 스릴러 장르의 단편 소설을 다수 썼고, 경찰의 월간 잡지 <<수사연구>>에서 범죄전문기자로 일해 수사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직업으로만 따지면 소설가, 기자, 시나리오 작가까지 ‘이직’이 잦은 편이었습니다.
신재형: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지금도 제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서 이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 당당한 대답에 멘토님과 다른 교육생 분들도 자못 놀라신 눈치였는데요. 신재형 교육생은 어린 시절부터 거의 유일한 취미였던 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스무 살 때 영화과 입시에 고배를 마시고 나서, 자신의 미래를 길게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영화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를 배우고 창의성을 키워, 10년쯤 뒤에는 영화를 하자는 다짐이었다고요.
이야기를 추적해가는 추리적 기법이 좋아 우선 스릴러 단편 소설로 등단한 이후,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2년 반 기자 생활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때 얻은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생생한 현장감을 바탕으로 집필한 <흔한 일들>이 호평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져, 창의인재사업의 시나리오 작가 교육을 받고 있지요.
윤기호 피디님은 “마치 위인전 같네요”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지시기도 했는데요. 신재형 교육생의 ‘위인전’은 이제 막 중반을 지나고 있을 뿐이지만, 꿈을 향해 차곡차곡 나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주목받는 소설을 쓰고도, 정작 소설가 신재형 교육생은 부족함이 많다고 말합니다.
신재형: 소설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책임질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에요. 그런데 아직은 저 혼자 그 모든 걸 책임질 능력이 모자라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에서는 제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피디님이나 감독님들이 회의를 통해 보완해주시고, 그러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아직 제 경험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소설은 아주 나중에 다시 쓰고 싶어요.
교육은 좌절과 고통의 연속, 한계를 발견하고 극복하는 과정
하나같이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바라보고 있는 세 교육생들은 에이트볼픽쳐스에서 제안 받은 기획안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각자 다르지만, 시나리오 초고를 작성하는 지금의 과정이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도 일치했는데요. 녹록치 않을 그 과정을 거쳐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궁금해집니다.
윤기호 멘토팀의 작가님들, 왼쪽부터 이시현, 조현경, 신재형 교육생
먼저 범죄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신재형 교육생은 <익산 살인범>(가제)을 작업 중입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 진실’ 편에서 조명된 바 있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범의 이야기입니다. 방송사에서 직접 영화 제작을 의뢰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신재형 교육생은 처음 기획안을 받았을 때는 “그동안 미스터리라는 장르성에 기대서 작업을 해 와서, 인간의 심리나 드라마를 다루기에는 부담이 됐었다.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피하면 앞으로는 이런 장르는 영영 못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깨지고 배우면서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조현경 교육생이 작업 중인 작품은 <살인택시>입니다. 2010년에 기획안 공모에서 당선됐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윤기호 피디님은 “스릴러 장르 영화인데, 오히려 여성스럽게 스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조현경 작가님에게 맡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현경 교육생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게 처음이라 배우는 게 많다고 합니다. “예전에 혼자 습작할 때는 틀을 세워놓지 않고, 바로 대강의 캐릭터나 상황만 설정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지금은 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작성법을 훈련받고 있는 것입니다.
조현경: 매일 좌절 중이에요. (웃음) 마음 같아서는 습작 해오던 대로, 빨리 시나리오에서 풀어내고 싶은데 그게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는 걸 배우고 있죠. 신재형 작가님이 말했듯이, 이걸 극복해야 더 잘 쓸 수 있을 테니까. ‘극복의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기호 피디님은 “저희는 기획에서부터 트리트먼트까지, 시나리오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길게 보는 편이에요. 그래야 시나리오 작업 때 오류가 나오지 않거든요”라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인터뷰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윤기호 피디님과 이시현 교육생 (왼쪽부터)
마지막으로 이시현 교육생은 곧 작품을 결정할 예정인데요. 우선 전에 써두었던 습작을 틈틈이 피드백 받으며 수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획안을 드렸는데 수락을 안 하셔서… 계속 드리기만 하고 있어요”라고 서운해하는 눈치를 보이셨는데요. 윤기호 피디님이 은근히 ‘까칠한 남자’인 걸까요? 윤 피디님은 “아니에요, 기획안 괜찮았어요”라고 말하며 수습에 나서셨습니다.
윤기호: 작가님들의 기획안이 안 좋아서라기보다, 저는 상업영화 프로듀서니까 ‘이 작품이 상업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제일 중요한 기준 중 하나거든요. 이시현 작가님이 보내주신 습작도 굉장히 작품성 있고 기대 이상의 퀄리티였는데, ‘이 영화는 제가 제작 못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작품인지에 대한 고민인 거죠.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소통과 교류, 공생!
인터뷰 중 이야기를 듣고 있는 조현경, 신재형 교육생 (왼쪽부터)
멘토님과 교육생들의 나이대가 같다보니,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법 한데 오히려 피디님과 작가님들 사이에는 깍듯한 존댓말이 오갔습니다. 윤기호 피디님은 “피디와 작가로서 서로 지켜줘야 할 부분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존댓말을 해야 싫은 소리도 편하게 할 수 있어요”라는 깊은 뜻(!)도 있다고 하네요.
‘영화 제작을 위한 원천서사 개발 및 OSMU 콘텐츠로서의 확장’이라는 교육 주제는 영화의 가장 근간이 되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윤 피디님 그리고 에이트볼픽쳐스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 위한 작가의 다양한 경험, 숙련도를 온전히 작가 자신의 책임으로만 돌려놓은 현재의 시스템은 영화계 전체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이신데요.
윤기호: 저희는 창의인재사업에 참여하면서, 좋은 작가가 발굴될 수 있는 그들이 성숙될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취지에 잘 맞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경험을 가진, 저희랑 소통할 수 있는 분들이랑 시작해보자고 이야기가 됐죠.
이렇게 성사된 비슷한 나이 또래의 교육생들과 에이트볼픽쳐스의 만남에는 서로간의 ‘공생’이라는 목적성도 있습니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분류하자면, 작가는 좋은 생각과 높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 작업해 대중성이 적을 수 있고, 피디는 상품성을 갖춘 기획안이 있더라도 작품성을 갖춘 시나리오를 혼자 만들어내기는 힘듭니다. 그 둘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쪽의 한쪽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간의 교류와 소통이 필요했습니다.
윤기호: 물론 제가 많은 작품을 했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 작가님들에게 조언을 드릴 수는 있지만 그게 ‘가르친다’는 개념까지는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는 PGK 멘토-교육생들 중에서는 허물이 없는 편인 것 같고요. (웃음) 물론 작품적인 부분에서는 에이트볼픽쳐스의 이원재 작가님이나 <또 하나의 가족>의 김태윤 감독이 제 대신 작가님들께 조언을 해주시고 계세요. 저는 오히려 피디로서, 교육생들과는 작가와 피디의 관계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기호 피디님과 이시현, 조현경, 신재형 교육생 (왼쪽부터)
윤기호 피디님과 작가 교육생 분들의 재미있는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인터뷰. 모두 앞으로 ‘시나리오의 완성과 영화화’를 목표로 꼽았습니다. 조현경 교육생은 “시나리오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극장에 걸려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여느 멘토팀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창의인재사업의 이 만남이 사업 기간 동안만의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윤기호 피디님은 “몇 년 후면 같이 울타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재미있는 작품들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친구 혹은 멘토-교육생의 관계에서 최고의 파트너로 거듭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낼 이들, 주목해 볼만 하지요?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 사진 이윤주
'기자일지 > 창의인재동반사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투자 잘 받는 시나리오의 비결은? (0) | 2014.01.28 |
|---|---|
|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라! (0) | 2014.01.24 |
| [윤기호 멘토팀 ①] 이뤄낸 기적,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윤기호 피디 (0) | 2013.12.21 |
| [박규영 멘토팀] '마약 영화'의 쾌감을 느낄 때까지 ② (0) | 2013.12.19 |
| [박규영 멘토팀] '마약 영화'의 쾌감을 느낄 때까지 ① (0) | 201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