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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K 박규영 멘토팀 ‘마약 영화’의 쾌감을 느낄 때까지! ②
박규영 피디님과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이 영화를 향한 열정을 되새기는 이 만남을 시작한 지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동안, 세 사람의 작품도, 관계도, 미래도 성장해왔습니다. 이들이 만들어온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어봤습니다.
①에서는 만남과 소개, ②에서는 작품과 멘토링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영화는 이야기다
박규영 멘토팀은 우선 개인 프로젝트를 가장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기 때문에, 박규영 피디님은 두 교육생이 각자의 색깔과 이야기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신다고 하는데요. 안주영 교육생과 이신지 교육생은 어떤 색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먼저 안주영 교육생은 이미 연출 경력이 있는 감독님입니다. 작년에 개봉한 <물고기는 말이 없다>는 러닝타임 16분의 단편이지만 영화 속의 심오한 메타포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2012년 독립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났고, 올 여름 OBS의 ‘꿈꾸는 U’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작품 및 인터뷰 다시보기 http://www.obs.co.kr/obsvod/?IDX=13357) 대학 시절부터 혼자서 영화를 찍어보기도 했고 대학원에서도 영화를 공부했지만, 안주영 감독이 만든 영화가 실제로 관객과 만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안주영 교육생이 연출한 <물고기는 말이 없다>의 한 장면
안주영 교육생은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꺼내놓고 싶었다”면서, 이 작품은 자신에게 ‘해소’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서사적인 큰 흐름보다 장면 장면의 이미지가 크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개인적인 의미가 큰 작업이었지만, 어찌됐든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던져졌으니 <물고기는 말이 없다>는 온전히 안 감독 자신의 것일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안주영: 애초에 기획은 완전히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는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소통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간과했던 것 같아요. 그게 결국은 부실한 콘티, 미흡한 샷 구성으로도 연관이 되는 거라, 좀 더 많이 찍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아요.
아쉽긴 해도, 첫 작품은 처음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주영 교육생도 이 작품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발판으로 더 발전한 다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안주영 교육생의 ‘차기작’은 박규영 피디님의 코치와 노하우를 듬뿍 전수받을 스릴러물 <탐구생활>(가제)입니다. 주로 드라마 장르를 써왔던 안주영 감독에게 스릴러는 첫 도전인데요. 드라마와 스릴러가 섞인, ‘제 스타일대로 제가 원하는’ 스릴러를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만을 공개해주셨는데, 더욱 궁금하네요.
습작 외에는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신지 교육생도 역시 시나리오 집필 중에 있습니다. 애초에는 ‘잘 쓴 코미디’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로맨틱코미디를 공략했지만 점점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이신지: '로맨틱코미디' 교육을 계기로 재밌고 독특한 로맨틱코미디를 써보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점점 로맨틱이 사라지고… 코미디가 사라지고… (웃음). 마음은 따뜻하고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데, 쓰다 보니 이야기가 어두워지고 있어요.
이신지 교육생은 ‘카운터컬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류 문화와 공존하고 있는 비주류, 하위 문화(subculture)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언뜻 봤을 때는 당연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자연스럽고 색다른 ‘도시의 이면’을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지나쳐버리는 거리 위의 모든 것에도 그것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서울 일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박규영 피디님은 두 교육생들의 작품이 드라마와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와 사회적 시선을 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모든 장르의 요소들은 이야기 속에 항상 녹아있다. 장르의 확장인 것인데, 너무 한 장르에만 매몰되면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며 교육생들의 작업을 격려하셨습니다.
영화는 소통이다
이렇게 교육생들이 하나의 방향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은 교육생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율성을 살려주는’ 박규영 피디님의 멘토링 방식 덕분이기도 합니다. 끊임없는 대화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 멘토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박규영: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뽑아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하니까 저는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의지가 강한 분들의 의지를 꺾는 건 의미가 없어요. 그 의지를 더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고 방향을 찾게끔 해주는 게 멘토링의 취지라고 생각하고요. 내 권력, 경험, 경력에 의해서 이 사람들을 억누르거나 상처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저는 되도록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재미있게 작업을 하려고 노력해요. 생각이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하죠.
안주영: 초반에는 서로를 알기 위해서라도 주기적으로 만났어요. 피디님의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하기도 했고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는 글을 써야 하니까,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잡아서 만나고 있어요. 피디님이 정이 많으셔서 인간적으로도 많이 챙겨주시고, 작품에 대해서는 필요한 부분에 피드백을 딱딱 주시는 편이에요.
이신지: 저희가 각자 좋아하는 것도 스타일도 다른데, 그 다름이 큰 장점으로 느껴져요. ‘자기 것’을 지키면서 글을 쓸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해주세요. 항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시고, 작품을 바라볼 때 같은 국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긴밀하게 대화를 나눠주시거든요. 관점이 달라도 그 생각의 차이가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서도 부족한 점이나 일정 같은 부분은 잘 관리를 해주시고요.
안주영 교육생과 이신지 교육생 모두 사업 기간 내에는 개인 작품 초고 완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규영 피디님은 "놀 땐 놀더라도 할 건 하고 놀아야 한다"는 신조로, 때론 방목하고 때론 잡아주며 교육생들을 '초고 완성'으로 이끌어주고 계십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과 박규영 피디님 (왼쪽부터)
박규영 피디님은 교육생들을 격려하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조언도 들려주셨습니다. 완성된 자신의 시나리오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를 계기로 더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올바른 방향성을 발견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성취일 것입니다. 박규영 피디님은 이 사업의 최종 목표를 ‘교육생들 작품의 영화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규영: 9개월이라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라는 건 프로 작가를 상대로도 상식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물론 멘토의 작품, 진행이 빠른 작품에 투입된다면 하나의 성과는 생기겠죠.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자기 것을 고생고생해서 만들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 제가 영화에 처음 발을 들여서 느꼈던 그 마약 같은 쾌감을 맛보게 하고 싶어요. 그래야 영화를 진정 사랑하는 영화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겨울의 폭설이 지나면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드는 박규영 피디님은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창의인재사업의 멘토링 주제였던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영국 원작 소설이 판권 교섭 중에 있습니다. 또 한 편의 스릴러 흥행작이 될 <그놈을 잡아라>는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 ‘영화적 은유’를 담은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고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 <생살>도 곧 촬영에 들어갑니다.
<생살>은 최근 사회면을 장식하곤 하는 존속살인 등 잔인한 범죄들이 ‘가족간의 대화 단절’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입니다. 꾸짖음이든 울부짖음이든, 대화가 있었다면 비극적 사건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 가정도 돌아봐야한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합니다.
<생살>은 1월, 한겨울 폭설이 몰아치는 강원 태백을 배경으로 촬영이 예정돼 있습니다.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도 직접 촬영 현장을 경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 상 아주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실제 폭설이 몰아치는 장면이라고 하는데요. 안주영 교육생은 “살아 돌아오길…”이라는 말로, 기대에 앞서 걱정을 내비칩니다. 시나리오에 묘사된 폭설 장면이 그만큼 무시무시하다는 것이겠지요.
박규영: 어떻게 보면, 그런 게 실제 영화 제작 환경이고, 스태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교육생들이 보는 게 의미가 있는 거죠.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과 희생을 직접 본다는 것에서 현장 경험이 의미 있어요.
연출 감독을 지망하는 안주영 교육생, 프로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신지 교육생과,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박규영 피디님이 만났습니다. 각각 바라보는 분야는 다르지만, 이 셋이 모이면 근사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조합이 아닌가 합니다. 교육생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영화의 쾌감, 영화에 대한 열정과 오랜 사랑을 느끼게 하려는 멘토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월 태백에서 맡게 될 눈보라가 지나고 나면 이들의 이야기도 더욱 단단해져 있겠지요.
박규영: 이신지 작가님이 글을 쓰시고, 안주영 감독님이 연출하시고, 제가 제작하고. 보여 드리겠습니다. (훗)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 사진 유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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