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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K 박규영 멘토팀 ‘마약 영화’의 쾌감을 느낄 때까지! ①
평창에서 열렸던 여덟 개 기관 단체 워크숍에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멘토이신 박규영 피디님을 처음 뵀었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기자를 반가워해주셨고, 옆에 앉은 어여쁜 교육생 두 분을 끊임없이 칭찬하셨더랬습니다. 신이 나서 이야기하시는 박 피디님에 비해, 부끄러운 듯 고개도 들지 못하던 두 교육생들의 모습이 뇌리에 콕 박혔지요.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나 그 이야기를 꺼내니, 피디님은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이 “시크하다”며 교육생들 앞에서는 ‘생계형 애교’를 보여주셨습니다. 두 교육생은 그런 피디님이 “처음에는 무서웠다. 전형적인 ‘상남자’”라고 혀를 내두르는데요. 여러 가지 반전을 가진 이들의 겉모습처럼, ‘애교쟁이’ 박규영 피디님은 여러 편의 ‘찍고 죽이는’ 스릴러 영화를 기획했고, <물고기는 말이 없다>를 연출한 안주영 교육생은 말없이 수줍다가도 당찬 깊이가 있습니다. 남다른 상상력의 스케일을 보여주면서도 시크하고 유쾌한 이신지 교육생까지. 알수록 빠져드는 이들의 ‘마약 같은’ 영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①에서는 만남과 소개, ②에서는 작품과 멘토링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영화는 마약이다’
이 팀의 멘토 박규영 피디님은 12년 동안 <세븐데이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더 웹툰: 예고살인> 등의 영화를 기획, 제작해 오셨습니다. 안주영 교육생은 감독, 이신지 교육생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각자 작품을 기획 중이라고 하고요. 프로듀서, 감독, 작가로 각자의 분야는 다르지만, 영화라는 하나의 수단이자 목적을 가진 사람들. 무엇이 이들을 영화에 빠지게 만들었을까요?
박규영: 그전에는 뮤직비디오나 광고 연출을 하다가, 같은 회사에 있던 이재한 감독님이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하시면서 같이 영화를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조감독으로 처음 영화를 시작했죠. 어릴 때 남자 냄새 풀풀 나는, 주윤발이나 유덕화가 나오는 홍콩 액션 영화 마니아였는데, 그게 영화를 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안주영: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접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했고, 졸업하고는 영화사나 영화제에서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연출 작업을 해왔어요.
이신지: 저도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누구나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했을 뿐이었어요. 실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특별한 의지가 필요하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회사를 잠시 다녔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보는 게 나중에 제 인생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하게 됐어요.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영화 작가로서의 그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박규영 피디님은 뮤직비디오 및 광고 감독을 하다가 영화로 넘어왔을 때 영화라는 ‘마약’에 흠뻑 취하셨다고 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영상을 지배하는 광고, 음악과 이야기가 맞물리는 뮤직비디오만의 매력도 분명 있었습니다. 박규영 피디님은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 영화를 조화롭게 다루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0여 년 전의 우연한 계기 이후로 지금까지 영화판에 계신 것은, 긴 호흡을 가진 영화가 완성됐을 때의 쾌감에 중독됐기 때문이시라고 하네요.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의 ‘달콤 살벌한’ 만남
이렇게 영화에 푹 빠져 있는 박규영 피디님과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은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로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박규영 피디님이 내건 교육 주제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기획과 실무’였던 것입니다. PGK 창의인재사업에 유난히 스릴러, 호러, 범죄물 기획이 많아, 로맨틱코미디라는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장르가 눈에 띄기도 했는데요. 사실 박규영 피디님의 대표작들은 공포 스릴러물들이 주를 이룹니다.
박규영: 이렇게 보니까 스릴러들이 실패는 하지 않았네요. 그렇다고 ‘꼭 스릴러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어떤 장르건, 힘이 있는 이야기,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틀에 갇힌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요. 다만 ‘인간에 대한 존중’이 영화가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 관객들에게 현실과 맞닿은, ‘당신이 지나치고 무시했던 것들이 이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죠. 이 작품들도 그런 연관성 안에 있는 작품들인 거고요.
박규영 피디님은 '인간 자존에 대한 존엄'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작품들을 직접 기획해오셨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그야말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져 오신 건데요. 안주영, 이신지 교육생도 이런 피디님의 전작들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한 기대로, 박규영 피디님을 멘토로 지망했다고 합니다.
이신지: 피디님의 전 작품들을 봤을 때 든 느낌이, ‘실력 있게 썼다’고 해야 할까. 훌륭하신 작가, 감독들과 작업하시는 피디님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작품들은 스릴러인데 ‘로맨틱코미디’를 멘토링 하시겠다고 하는 것이 의아했고요. (웃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기획하신 분이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하신다면 그것도 색다르고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잘 쓴 코미디’를 써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박규영 피디님은 계속되는 스릴러물 이야기에 “나 정말 로맨틱한데~”하며 또 한 번 애교를 보여주십니다. 안주영 교육생 역시 로맨틱코미디라는 멘토링 제목에도 불구하고 박규영 피디님의 스릴러 작품들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에 박규영 피디님을 지망했던 것이라네요. 총 3지망까지 멘토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에 박규영 피디님으로 올인 했다는, 진정한 승부사였습니다.
열정을 ‘새로고침’ 하다
세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코치와 선수의 만남 같은 것은 아닙니다. 프로듀서와 감독 · 작가의 만남이자, 40대의 연륜을 가진 영화인과 20~30대의 패기를 가진 영화인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박규영 피디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머슴아’와 ‘신여성’의 만남이기도 하지요.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이 만나서 깊은 대화가 지속되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박규영: 이미 십수년간 이 분야에서 일을 해오다 보니, 은연중에 제 스스로도 어떤 버릇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는,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제 나름의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았습니다.
안주영: 창의인재사업은 지인들을 통해서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원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제 자신을 환기시킨다는 것이었어요.
벌써 반년 동안 함께 지내온 박 피디님과 교육생들은 창의인재사업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통해 꿈을 키우고, 열정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박규영 피디님은 “이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날도 교육생들의 장점을 먼저 짚어주셨는데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그림으로 연상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안주영 교육생”과 “책을 많이 읽어 작법과 기초가 탄탄한 이신지 교육생”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자니, 이들이 만들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도 커집니다.
단편영화 <물고기는 말이 없다>를 연출해 TV에서도 주목받은 안주영 교육생과 출판, 광고 등 사회생활을 하다가 더 늦기 전에 시나리오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신지 교육생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상남자 박규영 피디님을 애교쟁이로 만들어버리는 시크한 교육생들, 무사히 ‘로맨틱코미디’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까요? 박규영 멘토팀이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돌보는 방법은 무엇인지,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 사진 유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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