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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지/창의인재동반사업

투자 잘 받는 시나리오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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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K] 마지막 크리톡, 투자 잘 받는 시나리오의 비결은?



유용한 커리큘럼과 강의 내용으로, 창의인재 동반사업 교육생들은 물론 현직 프로듀서들의 관심까지 끌었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의 크리톡이 일곱 번째 강의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교육생들은 크리톡을 통해 최근 개봉 영화의 현직 프로듀서들,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매니지먼트 관계자 등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마지막 크리톡에서는 영화 투자사의 현실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CJ E&M에서 경력을 쌓고, 지금은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제작팀에 있는 장진승 팀장님이 세 시간 동안‘메이저 투자 · 배급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예술과 산업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 산업’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투자배급사가 바라보는 영화판은 어떤 모습인지, 투자자가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이 바닥’ 11년차인 장 팀장님의 이야기로 들어볼까요?



대기업 투자배급사, 몇 십 억 투자 결정은 누가 하나


투자배급사가 시나리오를 접수하는 통로는 다양해졌습니다. 투자사는 주로 영화의 기획 및 사업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독이나 작가 등 창작자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적 동지’들이 모여 영화 기획과 제작을 전담하던 제작사가 영세해지면서 영화 창작자들이 개인화된 변화의 흐름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위 한국의 ‘4대 투자배급사’로서 영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장 팀장님은 “과거 제작사의 역할이 투자배급사로 넘어왔다. 10년 전만 해도 투자사는 영화에 대한 이해 없이 돈만 대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영화를 공부한 사람, 현장에서 뛰던 사람들이 모인 덕분에 투자사의 체질도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투자배급사에서는 투자를 결정짓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더라도, 영화화의 가능성을 점치고자 하는 감독, 작가들의 시나리오 모니터링이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고 하네요. 신인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를 꿈꾸고 있는 교육생들 분들께도 귀가 솔깃할 만한 사실이지요? 



투자배급사의 입장에서 영화계의 현실 이야기를 들려주신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장진승 팀장님(오른쪽)과 이날 진행을 맡은 배정민 피디님(왼쪽, 영화 <도가니><러브픽션> 등 제작)


“투자사를 찾아올 때는 기획안을 가져와도, 시나리오를 가져와도 좋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신문기사나 보도영상물을 동봉해도 좋다. 제작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투자사는 영화의 제작과 개봉 상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하는 회사인 만큼, 철저한 자료와 검증된 수치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짓기 마련입니다. 장진승 팀장님은 “과거에는 감독, 시나리오, 예산, 배우라는 네 가지 요소가 완벽히 갖춰졌을 때에만 투자를 결정지었다. 지금은 원칙은 가지되, 융통성 있게 결정한다. 우선 시나리오가 좋으면 투자가 쉽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투자를 결정해도, 영화의 성공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장 팀장님은 자신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밝히며 ‘실패담’도 들려주셨습니다. “그때마다 이 작품은 흥행이 될 것 같다는 강렬한 무언가에 씌고 마는 것 같다”고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투자 손실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영화 한 편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큰지도 깨닫게 되고, 경력이 쌓일수록 빠르게 일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고 하시네요.



올해 충무로, 트렌드는 대형사극? 웹툰원작?


2014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올 한 해 스크린에 걸릴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라인업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여러 가지 키워드 중에서도 ‘사극’이 눈에 띕니다. 장 팀장님이 계신 롯데에서만도 현빈의 스크린 복귀작 <역린>, 김남길, 손예진의 해양 액션 사극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병헌,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협녀: 칼의 기억> 등 총 제작비 100억대의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의 트렌드, 특별히 사극을 선호한 투자배급사들의 선택 때문인 걸까요?


올해 개봉 예정인 각 배급사의 사극 영화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명량: 회오리바다>, <역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군도: 민란의 시대>. 사진제공: CJ엔터, 롯데엔터, 쇼박스



이에 대한 장진승 팀장님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트렌드는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떤 시나리오건 금기시 되는 소재도, 선호되는 소재도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 장 팀장님은 “좋은 작품들을 골라 놓고 보니까 사극이었던 것이지 ‘사극을 해야 겠다’는 전략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사극 트렌드의 전망에 대한 교육생의 질문에 대해서는 “물론 이후에 나올 사극에는 눈높이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콘텐츠지, 사극 장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극이 극장가를 점령할 정도로 많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분명 콘텐츠 창작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부담감에 비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대중에게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 받은 웹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극장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탄탄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 투자하기를 선호할 것도 같은데요.


장 팀장님은 “공연, 영화, 방송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OSMU(One Source Multi-Use)가 가능한 콘텐츠가 그렇지 않은 콘텐츠에 비해 투자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쩨쩨한 로맨스>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등의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왼쪽은 영화 <쩨쩨한 로맨스>(연출 김정훈), 오른쪽은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극 <쩨쩨한 로맨스>의 포스터



기획과 시나리오 모니터링, 창작자를 위한 조언


투자사 입장에서의 이야기 외에도, 장진승 팀장님은 영화 창작자인 교육생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먼저 ‘기획이 반이다’라는 말은 많은 교육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켰는데요. 영화를 제작하는 향후 1, 2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기획 개발 과정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장 팀장님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터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남효식 교육생은 “이번에 29초 영상제 영상을 만들면서 기획을 소홀히 해서인지, 기획의도와 완성물이 다르게 나온 것 같아 아쉬웠다. ‘기획이 반’이라는 말씀에서 기획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마지막 크리톡에 참석한 PGK 교육생들과 현직 프로듀서들이 ‘투자사가 바라보는 시나리오’ 강의를 듣고 있다.



또한 장 팀장님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투자사에서는 영화 편집 과정에 무작위 블라인드 모니터링을 진행해, 가편집된 영화로 대중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고 피드백을 얻는데요. 최근에는 많은 감독들이 블라인드 모니터링의 결과를 주시할 정도로 중요도가 커졌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창작자나 기획자는 영화적 고민을 나누고, 작품을 모니터링 해줄 수 있는 네다섯 명의 동료를 주변에 두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윤지혜 교육생은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창의교육생 친구들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창작집단이 되고, 제 작품의 리뷰어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싱크탱크를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논의해나가는 작업이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의 현실화를 위한 많은 역할을 투자배급사가 담당하고, 극장가에서도 그 영향력이 대단한 것이 현실인 만큼, 투자사의 이야기를 들은 이번 크리톡도 뜻 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영화 투자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직접 문을 두드려보라”는 장 팀장님의 격려가 사업의 막바지에 고민이 많을 예비 신인 감독, 작가 교육생들에게도 하나의 길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 사진 유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