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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지/창의인재동반사업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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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라!

 - 카피라이터 '김하나'와의 특별한 만남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창조 경제, 세상을 뒤집어라… 심지어 ‘창의’인재 동반사업까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소비하며 서로 비슷비슷해져 가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창의성’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열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왼쪽부터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아담의 창조’,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고대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그저 역사 속의 천재들이 창의적이었다고, 그러면서도 일상에서는 괴짜였다고 하는 일화들만이 회자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에디슨처럼 닭장에 들어가 알을 품고, 미켈란젤로처럼 괴팍한 성질을 부려야 창의적인 천재가 되는 것일까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창의인재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제3차 전문가 특강을 열었습니다. 항상 참신한 소재, 독창적인 구성, 남다른 깊이를 작품에 담아야하는 교육생들이, 창의를 거부한 창의력 ‘갑’ 김하나 카피라이터를 만났습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A to Z, 알파벳을 직접 써준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연필을 쥐어준 강의라고나 할까요. 지금 여러분 앞에도 끝이 뾰족한 매력적인 연필 한 자루가 놓여 있습니다.




창의성? No! 일상 속의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


‘창의성’이라는 틀에 갇혀, 창의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압박과 불안에 시달리기 일쑤인 창의인재 교육생들.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그 고정관념을 먼저 깨주었는데요. 첫 번째 작업은 창의성의 신화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대중에게 재미와 감동으로 쉽게 회자되곤 하는 천재들의 이야기, 즉 ‘창의성의 신화’가 창의성에 대해 범접할 수 없는 벽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대사를 만들어본 적은 없다. 그냥 작업하다 보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대사를 옮겼을 뿐이다”라는 김수현 작가의 인터뷰나, “악상은 이미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고 난 그것을 받아 적을 뿐”이라는 모차르트의 어록에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런 식의 신화들은 창의력이란 신에게 선택된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것, 예술적이고 숭고한 것이라는 느낌마저 줍니다. ‘천재’들이 저런 말을 남기기까지 들인 이면의 시간과 노력은 쉽게 지워버리기도 하고요.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좋은 생각을 하늘에서 ‘직접 배송’ 받은 듯, 문득 떠올렸다는 이야기들은 물론 재미있고 신비롭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창의성은 누구나 갖고 있고, 우리 생각보다 경계가 무궁무진한 개념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디어’라는 색안경을 써라! 모든 감각과 작은 반짝임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거창하고 부담스러운 ‘창조’라는 말 대신, ‘아이디어’라는 말을 제안했습니다. “‘아이디어’라는 말은 ‘창의성’에 비해 신비롭지도 않고 발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흔한 느낌이 들지만, 손에 쥐어지는 벽돌처럼 구체적이다. 이 벽돌은 다른 벽돌과 합쳐질 수도, 남에게 빌려 줄 수도 있고, 쪼개거나 쌓을 수도 있다.”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칠판에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거창하고 허황된 말들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깔끔한 판서입니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의미하는 ‘불 들어온 전구’, 모든 것을 기억하는 우리의 무의식 ‘빙산’을 그림으로 표현한 모습입니다.


김하나 카피라이터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들은 실로 무궁무진했습니다. 특히 그는 맛, 느낌, 상상 등 모든 감각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상의 부분도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는데요. 느끼한 치즈에 고춧가루를 뿌려 깔끔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친구, 차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던 광고지들 중 눈에 띄었던 한 영업사원의 편지 등 자신이 일상에 겪은 일들을 직접 들려주었습니다. 하던 대로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일상 속의 배려, 작은 센스 등이 모두 김하나 카피라이터에게는 ‘아이디어’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라는 프레임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에서 새로운 것이 끌어올려질 수 있습니다.


드라마작가 이민수 교육생은 “일상에서의 체험이 어떻게 아이디어가 되는지 느낄 수 있었고, ‘아이디어’는 결국 일상에서의 관찰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또 그것은 감각이 예민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Misty♪ 그리고 강의실에서 떠나는 교육생들의 여행


두뇌 활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감각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지론답게, 이날의 강의도 강의실에 모여 앉은 교육생들의 감각을 한껏 자극했습니다. 우선 세 시간의 강의에서 재즈곡 <미스티(Misty)>를 총 세 번 들을 수 있었는데요. 에롤 가너(Erroll Garner)의 재즈 연주곡인 원곡과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의 팝송 버전, 바비 엔리케(Bobby Enriquez)의 변주곡까지. 같으면서도 다른 세 가지 버전의 Misty를 들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미스티>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착륙 직후에 호텔로 달려가 떠오른 영감을 그대로 연주해, 재즈 역사상 가장 사랑 받는 이 곡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미스티>는 이후로도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재해석 됐고요.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이해인 교육생은 “변주가 가능했던 것은 원곡과 변주곡 각각의 개별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원곡이 있어야 좋은 변주곡이 파생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작의 원천인 ‘스토리 원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느낌을 전했습니다.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창의인재 동반사업 교육생들이 제3차 전문가특강에 참석해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의 감각을 자극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여행지에서 느꼈던 최고의 순간’을 떠올리고 모두와 그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를 지망하는 교육생들답게, 그 ‘순간’에 많은 이야기와 기분, 감정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들려줬습니다. 모든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김하나 카피라이터와 교육생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도 그 기분과 감각을 떠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면 계절, 날씨, 당시의 나이 같은 것을 재차 질문하기도 하고요.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상황을 경험한 것처럼, 그 심리, 정서, 감각들이 씨앗이 돼서 제 안으로 들어온다. 실제로 경험한 것이든 상상해낸 것이든, 그것이 하나의 아이디어다”라고 말했습니다. 감각과 아이디어를 구분 짓기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아이디어처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노하우였습니다.


강의를 들은 예능작가 심효은 교육생은 “강사님이 사용하시는 어휘들이 신선했는데, 스스로 일상생활을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그런 단어의 조합이 나오는 것 같다. 일상과 감각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라고 하신 말씀이 와 닿았다”고 말하며, “그동안 프로그램 구성을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일상에서 흔히 지나가는 것들도 다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문가특강이 열린 이 날은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생들이 졸업작품집 제작과 개인 작품 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 강할 때였습니다.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그가 발견하는 일상 속 아이디어를 ‘작은 반짝임’으로 표현하곤 했는데요. 교육생들에게도 이 시간이 작은 반짝임이 돼, 좋은 작품을 만드는 씨앗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인턴기자 | 사진 이윤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