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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K 정주균 멘토팀 ② 꿈이 이루어지는, 파주로의 여행
- 현실에 충실하면 다음도 따라오는 법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과 함께 꿈에 대한 깊이도 가진 파주의 김수한나 · 박서연 · 양혜정 교육생, 그리고 그들의 멘토 정주균 피디님. 평소에 유난히 끈끈해 보이더라는 말을 건넸더니, 교육생들에게서 “피디님한테서 푸근한 엄마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듣고 보니 멘토님을 따르는 세 교육생의 모습이 귀여운 세 마리 새끼오리 같기도 했습니다.
파주 사무실까지의 머나먼 출근길은 애초에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던 교육생들의 간절한 사연을 들으러, 직접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푸근한 멘토님과의 첫 만남부터 앞으로의 목표까지도 들어봅니다.
①에서 이어짐
진심은 통한다, 첫 만남
정주균 피디님은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대해, 젊고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고 계속될 인연이 생기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는 ‘의지’와 ‘신선함’을 기준으로 지금의 교육생들을 선발하셨고요. 면접 날 교육생들의 첫인상도 생생히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푸근한 엄마와 세 자매’라는 지금 이 팀의 첫 단추가 끼워진 바로 그날이 궁금했습니다.
Q. 지금 교육생들이 다른 PGK 교육생들에 비해 어리고 경력이 적은 것도 ‘젊은 시각’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는지?
정PD님: 지원자들 중에는 이미 작품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경력이 있는 이들은 내 도움 없이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경험이 없고 관객의 시선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다.
Q. 그렇다면 많은 지원자들 중에 지금의 교육생 분들을 뽑은 이유는? (혜정 교육생은 피디님을 1지망으로 지원한 반면, 서연 교육생은 2지망에, 수한나 교육생은 3지망에도 정피디님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많았을 1지망 지원자들을 제치고 정피디님이 이 교육생들에게서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정PD님: 수한나는 나를 지망하지 않아서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도 못보고 면접을 봤다. 그때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굉장히 커 보였다. 욕망은 큰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전에 쓴 글을 본 적도 없었지만 의지가 강해서, 다른 피디님들이 데려가려는 걸 빼앗아왔다.
서연이와 혜정이는 자꾸 눈웃음을 쳤다. (일동 웃음) 혜정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포트폴리오를 보내왔다. 읽어 보니까 완성도 안 됐는데 막 보냈더라. (웃음) 대외활동 경험도 있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연이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고, 어린 나이지만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면접에서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데 그걸 소홀히 하는 연극 선배들을 많이 봤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지금 영화판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내가 근 5~6년간 생각하던 내용이었다. 당장 이 친구가 그걸 해결해내는 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개념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힘도 세다고 했다. 근데 막상 오니까 몸 사리고 약한 척 하더라. (웃음)
몇 지망에 누굴 썼느냐가 큰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나 상대를 판단할 기준이 많지 않은 이에겐 1, 2, 3 지망의 숫자가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단순한 기준이 누군가가 꿈을 향해 가는 길에는 넘지 못할 벽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정주균 피디님은 벽 너머의 상대가 가진 간절함과 진심을 알아봐 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 그때 서로에게 느낀 기대와 감사함은 여전히 멘토와 교육생들의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간 고작 8개월, 조급해 마라
정주균 멘토 팀은 개인 프로젝트보다는 멘토 프로젝트의 비중이 큽니다. 현재 진행 중인 멘토 프로젝트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고>를 만든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이 될 작품으로, 교육생들은 기획개발 과정부터 함께 해왔는데요. 작가 지망인 수한나 교육생이 최근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피디 지망인 서연, 혜정 교육생은 자료 조사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며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성과 측면에서는 교육생 개인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멘토님과 교육생들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는 것보다, 차곡차곡 ‘실제’를 경험하고 쌓아가는 것이 교육생들의 영화 인생에서 훨씬 중요할 것이라는 겁니다.
사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언제나 주어진 현실에 충실히 임한다는 김수한나 교육생, 덱스터 필름 사무실에서.
수한나: 이 사업 동안 ‘내 것’을 해서 나가는 것에 대한 끌림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건 현직 프로듀서님 가까이에서 배우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당장 내 작품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곁에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고, 주시는 것들을 감당해내는 게 가장 좋겠다 싶었다. 이게 진정으로 배우는 것 같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업 기간은 정해져 있고, 자신의 욕심도 있으니 성과를 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피디님은 교육생들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정 피디님은 “글을 쓸 때는 스스로 오랫동안 이야기 속에 함몰돼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기한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급급함에 시달리기보다는 진득하게, 계속해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PD님: 이 사업의 취지는, 공부를 하거나 가상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실제 일을 해보면서 체득하는 데 있다.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현장의 호흡에 맞춰 실제 템포대로 일을 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 친구들이 참여하게 되는 위치나 부분은 아주 낮고 작을 수 있다. 이들이 내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영화에 반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다.
가령, 피디 지망생이 피디의 입장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켜보는 ‘연출된 상황’에서의 작업은 혼자서도, 친구들과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이 사업과 교육에서는 진짜 과정에 몸담아보고 실질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연출된 상황’에서의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작은 부분이라도 직접 경험해보아야 실질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정주균 피디님의 교육 지론(!)입니다. 교육생들은 멘토 프로젝트의 '작은 부분'을 맡고 있지만, 파주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업무에 매달릴 만큼 할 일은 태산이라는데요. 그 와중에도 개인 프로젝트에 대한 열망은 컸습니다. 교육생들은 최근 개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 아이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사진: 서연 교육생(왼쪽)과 혜정 교육생(오른쪽)
서연: 일단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드려서 하고 있다. 아이템 회의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멘토님과 회사의 다른 피디님 그리고 우리 셋이 함께 회의한다.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더 다듬고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혜정: 회의를 하면 서로가 가진 다른 관점들이 느껴져 재밌다. 나는 피디 지망이지만 수한나 언니와 같은 문예창작을 전공해서 작가 지망인 언니의 관점이 익숙할 때도 있고, 신선할 때도 있다. 서연 언니는 같은 피디 지망이지만 글을 안 쓰는 사람의 입장이라 또 다르더라.
수한나: 취향의 차이도 있다. 혜정이는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고, 서연이는 진지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아이템은 원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순수 창작물일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내용과 자신의 기획의도를 정리해 회의에서 다 같이 논의하는 것이지요. 지난 회의 때는 서로의 아이템에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는데요. 정 피디님은 “좋은 아이템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아이템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안목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아이템 회의에서 ‘디스’가 오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도, 사소한 아이템을 던져보고 서로를 '디스'하는 일이라도, 모두 작가나 피디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일들임은 분명합니다.
사진: 정주균 멘토 팀. 왼쪽부터 정주균 피디님, 박서연, 양혜정, 김수한나 교육생
이들의 목표는, 카르페 디엠!
이곳에서 밑거름이 쌓이고 잘 다져진다면, 분명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드는 영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요. 인터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진부하지만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돌아온 대답들을 들으니, 이 질문은 진부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는, 속 깊은 맏언니 수한나 교육생은 “지금의 상황에서 지금 만나는 분들께 많이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와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수한나 교육생은 이런 생각을 정 피디님이 제작한 영화 <미스터고>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게 됐다고 해요.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개봉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거든요. 영화판에 살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서연 교육생은 언니의 말을 받아 “길게 본다는 건 그만큼 끝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며, “현실에 충실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그때가서 또 뭔가 보이겠죠”라고 말합니다. 막내 혜정 교육생도 “영화가 마라톤처럼 참 긴 프로젝트인데, 이걸 끝까지 지켜보면서 모든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차곡차곡 쌓이고 내 경험이 될 테니까”요. 앞으로의 목표라는 게, 세계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처럼 큰 포부를 가질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교육생들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더 큰 자신을 만들어가는 게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할 일이죠.
정주균 피디님의 목표도 그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정 피디님이 1지망, 2지망이니 하는 숫자도 신경 쓰지 않고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이 세 명을 뽑았던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나 닮아 있는 네 사람이니까요. 서울과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 넓고 세련된 영화사 사무실, 근처의 맛집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을 멋지게 살아가는 이 네 사람이 있기에 파주도 그렇게 멋지고 좋은 곳이었나 봅니다.
끝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인턴기자 | 사진 이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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