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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지/창의인재동반사업

[정주균 멘토팀 ①] 꿈이 이루어지는, 파주로의 여행


꿈이 이루어지는, 파주로의 여행

PGK 정주균 멘토팀 ①



서울 근교의 놀러가기 좋은 도시 파주. 하지만 누군가에겐 꿈이 현실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 <미스터고>의 산실이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의 김수한나 · 박서연 · 양혜정 교육생과 정주균 피디님의 보금자리인 ‘덱스터 필름’도 파주에 있거든요. 덕분에 PGK에서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린 이 교육생들은 창의인재 동반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매주 파주로의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김수한나(인천), 박서연(서울 강북), 양혜정(경기 의왕). 지도를 펼쳐 세 사람의 집을 표시해보니 거대한 삼각형이 만들어집니다. 세 자매처럼 어울리는 교육생들은 매주 월수금 출근 날마다 합정역 2번 출구, 2200번 버스 정류장 앞으로 모입니다. 각자의 집에서 합정까지가 1시간 여, 2200번을 타고 자유로를 따라 다시 40여 분의 시간이 걸리지만, 세 분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파주도 나쁘지 않다는 군요. 면접 때부터 사무실이 먼 줄 알았으면서도, “합격만 된다면 제주도라도 갈 수 있었어요”라는 교육생들. 간절함마저 묻어난 그 꿈을 들으러, 그 좋다는 파주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출근길


11시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10시 20분쯤 버스를 탑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는 관광객들이 많았다는데, 이날은 ‘세 자매’의 조용한 재잘거림만이 버스를 채웠습니다.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겁니다. 단체 행사 같은 자리에서 정 피디님과 세 교육생들은 유난히 돈독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삼촌(젊은 아빠)과 조카들(딸들) 같다고나 할까요. 수한나 교육생은 “두루 어울리는 것도 재밌지만, 별 얘기는 하지 않더라도 우리끼리 같이 있는 것도 좋아요. 멘토랑 교육생들의 그런 성향이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피디님께도 여쭤보니, “회사 밖은 여유로우니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해요. 인간적인 교류가 있을 때 서로가 가진 생각도 잘 공유할 수 있잖아요”라며, 끈끈한 분위기의 비결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버스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다가, 어제 바꾼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하거나, 멘토님이 내준 숙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사무실 주변은 큼직한 건물들이 널찍이 서 있었고, 지나다니는 차나 사람도 없이 조용했습니다. 그때 서연 교육생이 “저 건물엔 집 지키는 거위도 있어요” 하더니, 길을 안내했습니다. 지각하면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오리걸음’을 해야 하는데, 정말 오리걸음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사진(왼쪽): 출근길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 하는 박서연, 김수한나, 양혜정 교육생 (왼쪽부터)


사무실


덱스터 필름은 덱스터 디지털, 워크숍 등 영화의 디지털 촬영, VFX 전 과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규모 스튜디오를 지향합니다. <미스터고>에서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줬던 디지털 팀들은 워낙 규모가 커서 가까운 다른 건물에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건장한 청년들이 많아 사무실 분위기를 화기애애 하게 만들어주던 워크숍 촬영팀도 얼마 전 옆 건물로 옮겨가는 바람에 교육생들도 꽤 서운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넓고 세련된 사무실에 들어서자 교육생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다섯 개의 책상이 붙어있는데, 정주균 피디님과 세 교육생이 모두 마주보게 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사무실 책상과 자리를 재배치하면서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정 피디님은 “자주 얼굴을 맞댈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시지만, 앞과 옆의 책상이 훤히 보이는 칸막이 때문인지 다들 피디님 자리에서 가장 먼 자리 쪽을 선호했다는 군요. (웃음) 교육생들은 두 명이 써도 좋을 만큼 넓은 책상 위에 노트북을 켜고, 그 위에 자신의 꿈을 펼쳐놓습니다.


 


오전부터 회의로 바쁘셨던 멘토님이 점심 식사를 위해 빠져나온 틈을 타, 맛있는 된장찌개를 대접받았습니다. 이런 맛집에 오려면 차로 이동해야 해서, 피디님이 바쁘실 때는 교육생들끼리 분식집을 가기도 한다는데요. 교육생들이 'MSG 중독'이라며 투정하자, 피디님은 멋쩍으신지 "얘들이 그 분식집을 좋아해요" 하며 미안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십니다.

모처럼 ‘세 그릇도 거뜬한’ 맛있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갤러리 옆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①편에서는 네 사람을 소개하고, ②편에서 이들의 창의인재 교육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주균 | 영화 프로듀서 / 영화사 ㈜덱스터필름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영화를 시작했고 ‘재미있어서’ 영화를 계속 하고 있는 현직 프로듀서, 이 팀의 멘토십니다.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취직해 다니던 20대 후반, 일상이 참 재미없고 답답했답니다.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일이 재미없다면 인생의 반이 재미없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는 일을 찾던 중 우연찮게 영화판에 발을 들이신 겁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하루>가 그 첫 작품입니다. 그때도 “한 1~2년 해보고 재미없으면 그만 둘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무사안착. 약 14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해오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미스터고> 등 화제작들을 프로듀싱 하셨습니다.



한창 <미스터고>의 후반작업으로 바쁘던 5-6월, 정 피디님이 창의인재 동반사업 멘토로 참여한 이유는 ‘젊은 관점’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돼 가는 영화판에서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셨답니다. 면접에서는 다른 것보다도 의지와 성실성이 중요했습니다. 그 덕분에 비교적 경력은 적지만 의지는 충만한 어린 20대 교육생들이 선발됐지요. 수한나 교육생은 작가 지망, 서연 · 혜정 교육생은 프로듀서 지망입니다. 


김수한나 | 정주균 멘토팀 첫째


수한나 교육생은 ‘파란만장한’ 사회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가야할 길’이 분명하고 확고해진 것은 큰 수확이었지요. 한때 소설가를 꿈꿨지만, 대학 때 드라마 기획서 작성, 방송 보조작가, 애니메이션 콘티 작업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영상과 관련된 일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졸업 후에는 드라마 제작사의 기획피디로 취업을 했고요. 적은 인력 탓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게 뛰어다니며 현장을 누볐는데, 고된 일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만큼 빠르게, 넘치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탄생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건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드라마 기획사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큰 수술을 받게 되셨습니다. 간병할 사람이 외동딸인 수한나 교육생뿐이라 더 이상 드라마 일은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이 힘들었을 텐데, 글을 쓰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풀어낼 수 있었답니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시간을 덜 뺏기는 일반 회사에 잠시 다니기도 했고, 다시 꿈을 찾아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영상제작 교육을 받으며 작은 뮤직비디오의 연출도 맡았습니다. 그 와중에 창의인재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준비도 못했고, 면접 때는 누구 한 명만 내 진심을 봐달라는 마음이었어요.”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닦으며 나아가고 있는 수한나 교육생의 진심이 멘토님에게,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제대로 전달된 것입니다.



박서연 | 정주균 멘토팀 둘째


연극연출을 전공한 서연 교육생은 자신의 꿈이 ‘철없는 지배욕’에서 비롯됐다고 말합니다. 어렸을 때는 단지 ‘내 마음대로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종합예술인 연극 또는 영화 연출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입학 후에는 “내가 아무런 철학도 없이, ‘내 맘대로’의 수단으로만 연출을 바라봤던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출자로서 혹은 피디로서 살아간다면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갈 고민이겠지요.


대학 진학 때는 영화보다 더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또 연기부터 무대까지 포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연극을 택했습니다. 지금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민감하고, 예술과 산업의 접점에 있는 영화에 흥미를 가지고 배우는 단계입니다. 기왕 영화에 입문 하는 거, 크고 다양한 장르를 다룰 수 있는 곳에서 보고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정주균 피디님을 택했습니다. 피디님이 내거신 타이틀이 ‘장편 상업 블록버스터 영화의 기획 개발’이었거든요. 새하얀 피부에 작은 체구이지만, 강단 있는 말투가 인상적입니다. 이래 봬도, 면접에서 “제 허벅지를 보시라, 힘은 꽤 쓴다”며 자신을 어필했다고 하네요.


양혜정 | 정주균 멘토팀 막내


또박또박 귀여운 말투를 가진 막내 혜정 교육생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만화를 그리기 전에 이야기가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적성에 맞아 문예창작과에 진학했고, 수업을 듣다가 접한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꼈답니다. “영화는 장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할 수 있고, 소설보다 영화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가 더 쉬운 것 같더라”는 것입니다. 대외활동으로 영화 기획하는 일도 조금씩 해보다가, 졸업 후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찾았습니다. 나중에는 시나리오 작가로 나아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우선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혜정 교육생은 영화 <국가대표>를 인상 깊게 봤고, 기획부터 제작 스태프까지 일을 고루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정주균 피디님을 1지망으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녀는 세 교육생 중 유일하게 정 피디님을 1지망에 쓴 지원자였습니다. 또 정 피디님을 1지망에 쓴 수많은 경쟁자들 중 살아남은 유일한 지원자이기도 하고요.


그날 면접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또 지금까지 파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멀어도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파주만의 매력은?


어린 시절의 꿈을 꾸준히 품어 지금에까지 다다른 교육생들, 그리고 정주균 피디님의 이야기가 ②에서 이어집니다.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인턴기자 | 사진 이윤주, 정주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