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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지/창의인재동반사업

세계를 바라보는 한국 영화의 청춘, PGK 박수빈을 만나다

 

세계를 바라보는 한국 영화의 청춘, PGK 박수빈을 만나다

 

 

숨을 멈추고 수면에 얼굴을 댄 채 전속력으로 헤엄치는 전략, No breathing(노브레싱). 영화 <노브레싱>은 물속을 무대로 청춘들의 우정과 열정을 보여줍니다. 물론, 청춘영화답게 해외 로케이션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필리핀 다바오 바닷가를 배경으로 두 배우 이종석과 서인국은 깊어가는 우정을 연기했습니다. 이 명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진이 화면 밖에서 고군분투했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 지난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에서 창의인재 동반사업 교육을 받았던 박수빈 씨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진: 필리핀 다바오 현지 촬영 중 영화 <노브레싱>의 장면

 

박수빈 씨는 PGK에서 유은정 피디님의 교육생이었습니다. 창의인재사업 수료 후, <노브레싱>의 해외 제작팀으로 참여해 필리핀 로케이션 일정을 책임졌고, 지금은 중국영화의 제작부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데요. 다음 주면 촬영이 마무리돼 다시 ‘백수’가 될 예정이라지만, 그녀가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전 작품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을 때, 다음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일에 푹 빠진 그녀를 보는 게 더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수빈 씨에게는 잔인한 이야기지만요.)

 

학교 졸업과 동시에 창의인재사업을 거쳐, 벌써 세 번째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박수빈 씨. 이제 막 시작된 그녀의 발 빠른 행보가 수영 경기 처음에 전속력을 내기 위한 '노브레싱'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수빈 씨를 만나봤습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얻은, ‘지금’

 

현재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수빈 씨의 세 번째 작품은 중국영화 <헬리오스>(연출 써니럭, 렁록만)입니다. 홍콩 스타배우 장가휘, 여문락 등이 출연하고 한국 배우로는 지진희, 최시원, 윤진이가 참여하는 영화입니다. 11월 말 한국에서 일주일간 5회 차 촬영을 하는데, 수빈 씨는 그 일정을 관리하는 등의 프로덕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수빈 씨가 <노브레싱>에 이어 <헬리오스>까지 참여할 수 있었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창의인재사업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수빈 씨는 2012년 2월 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PGK 창의인재사업 교육생이 됐습니다. 영화 <만추>, <워리어스 웨이> 등 해외합작영화를 프로듀싱한 유은정 피디님에게서 ‘글로벌 프로젝트의 기획 및 개발’ 교육을 받았습니다. 매주 아이템 기획개발 회의를 통해 수빈 씨의 취향과 영화 산업의 접점을 찾아갔고, 피디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영화 산업에 대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던 수빈 씨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올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돼 호평을 받기도 했던 한일합작영화 <무명인>(연출 김성수) 제작에 참여해, 영화판에 본격적인 첫 발을 들인 것입니다. 사업 기간 중 3개월 반 동안 일본과 한국 촬영을 함께 하며 제작팀 막내이자 배우 통역으로 일했습니다. 그녀에게 첫 작품이 가지는 더 큰 의미는 <무명인>의 프로듀서 이근욱 피디님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이근욱 피디님이 <노브레싱>의 필리핀 코디네이터를 맡으면서 수빈 씨도 <노브레싱> 필리핀 제작팀에 합류하게 됐거든요. 지금 작업 중인 <헬리오스>도 이근욱 피디님의 소개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과의 합작에 이어, 필리핀에 중국까지. 경력이 다시 경력이 되어, 인맥이 다시 인맥이 되어 경험이 쌓이고 있는 것이어서 지금의 바쁜 나날이 더 뜻깊은데요. 수빈 씨는 그 오늘이 창의인재사업에서 비롯됐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유은정 피디님이라는 멘토 한 분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무명인>과 <노브레싱>의 이근욱 피디님, <헬리오스>의 김성은 피디님까지 제 곁에 계세요. 전화 한 통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도 다 말씀해주시는 좋은 선배들이 한 분씩 늘고 있는 거잖아요. 소중한 네트워크를 얻은 거죠.”

 

 

사회초년생 영화인에게 혹독했던 현장, 하지만 그리운 현장

 

영화 촬영 중의 해외 로케이션 일정은 주로 기간과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현지 스태프들과 합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 필리핀, 중국 등 문화와 분위기가 다른 나라들에서 경험을 쌓은 수빈 씨는 벌써 큰 자산을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학생 딱지를 뗀 지 고작 1년이 지난 사회 초년생에겐 제 아무리 꿈꿔왔던 영화 현장이라도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작업한 <노브레싱> 현장도 힘든 기억이 앞섭니다. 영화 촬영장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관리하는 제작부의 업무에 더불어, 해외에 머무는 국내 스태프들의 언어적인 문제나 신변까지도 수빈 씨가 돌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연출부 스태프들이 힘들게 촬영하는 만큼 그들을 돌보는 게 제작부의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진: 박수빈 씨가 제작팀으로 참여했고, 배우 김효진,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이 출연한 한일합작영화 <무명인>의 촬영 현장


무엇보다 수빈 씨는 그녀의 첫 작품이었던 영화 <무명인> 때 큰 고민에 맞닥뜨렸다고 합니다. 상업적인 영화판에서의 이해타산적인 현실이 그녀를 지치게 만든 것입니다.

“학교에서 영화 작업을 했을 때는 모두가 돈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한 작품을 위해 뭉치고 매달려서 일했어요. 그런데 현실에 나와서 보니, 영화판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돌아가는 곳이더라고요. ‘아직 입금 안 됐으니까 일 못 한다’라든가 ‘계약기간과 맞지 않아서 할 수 없어’라든가. 한 영화를 만드는 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감정적인 서운함도 있고요.”

 

선배들은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그렇다”고 그녀를 달랬지만, 수빈 씨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10년 후에 고작 그런 사람밖에 되지 못할까봐” 잠시 방황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해준 것도 멘토 유은정 피디님이었습니다. “피디님도 당신이 겪어봤던 일이니까 이해를 해주셨어요. 이해를 받고, 고민도 나눌 선배가 곁에 있었던 거죠.

 

현장에서의 힘들었던 경험들을 토로하면서도, 수빈 씨는 현장이 가진 ‘중독성’에 매료돼 있었습니다. <무명인> 당시 한국, 일본 스태프들과 몸짓으로 소통하며 맥주 한 잔 하던 기억이나, <노브레싱>의 필리핀 현지 스태프들과 정이 많이 들었던 것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끝나면 그리워요. 현장 특유의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재미있고, 성취감도 크거든요. (웃음)”

 

 

세계적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프로듀서로

 

수빈 씨는 영화과에 진학할 때부터 영화 제작과 프로듀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해외 작업에 관심을 가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 할리우드 ‘본 시리즈’ 4편 <본 레거시>가 한국에 로케이션 온 것을 보면서, 해외 작업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전례가 많지 않았는데, ‘본 시리즈’가 한국에 오고, 점점 서울시에서도 서울 로케이션을 유치하려고 하는 등 한국 영화 산업에서도 해외 작업 사례가 많아지더라고요. 해외 분야가 특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유은정 피디님을 만났던 거예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멘토님을 만나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수빈 씨. 아직 영화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일하는 환경도 바뀌어버리는 ‘이직의 연속’이라는 상황이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 밑에서 성장해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현장에서 닥치는 대로 구르면서 배울 수도 있지만, 굳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고요. 그런 수빈 씨의 큰 꿈은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영화도 찍고, 투자도 하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놀이공원 같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30대 중후반쯤에는 내 회사를 차리고, 40대 중후반에는 미국의 워너브라더스나 한국의 명필름 같은 회사로 키워나갔으면 좋겠어요.”

 

 

 

 

바쁜 일정에 시달리고 있을 수빈 씨의 모습이 측은해 보이지만 않았던 것은 그녀가 가진 야무진 꿈과 뜨거운 젊음이 있는 덕분이었습니다. 수빈 씨는 작년 창의인재 교육 때 “좋은 기회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돌아보니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 것 같다”며, “정해진 것만 하지 말고, 멘토님께 더 적극적으로, 귀찮을 정도로 붙어서 많이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남겼습니다. 하나 하나 경험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는 수빈 씨의 다음 프로젝트, 그 다음 프로젝트들이 기대됩니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꿈의 스튜디오’도요.

 

 

글, 사진 | 정주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