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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_이현명 멘토팀①] 꿈꾸며 이야기하는, 인연
“모든 것은 작가로부터 시작됩니다. 정원을 가꾸려면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만, 결국 창작의 씨앗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작가가 없다면 그 정원은 만들어질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지난 7월에 열렸던 세계적인 뮤지컬 창작자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창의인재 동반사업(이하 창의사업)의 오픈특강에서 한 말이다. 어디 뮤지컬 창작자뿐일까. 영화라는 세상, 영화라는 정원에도 창작의 씨앗을 품은 작가가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송민희, 양태진 창의교육생과 그들의 멘토 이현명 피디를 만났다. 창의사업에서 완성될 두 교육생의 시나리오는 총 세 편, 이들이 참여하게 될 시나리오만도 수 편이다. 이현명 피디는 아직 데뷔 전인 이들을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왜 교육생들을 꼬박꼬박 작가님이라고 부르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이내 알 수 있었다. 이미 자신의 '씨앗'에서 싹을 틔워내기 시작한 송민희 작가와 양태진 작가, 이현명 피디의 꿈을 들으면서.
세 개의 꿈
이현명 피디/(주)그린피쉬 대표
이현명 피디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스크린을 딱 두 번 구경해 본 시골 소년이었다. 고등학교 때 시험이 끝나면 마치 소풍을 가듯 영화관엘 갔다. 그때 처음 본 영화가 <로보캅>과 <플래툰>이었다. “시골 학교에서 ‘애썼다’ 하면서 영화를 보여주는 게 있었거든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신기하고.”
이후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 친구들끼리 영화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꿈을 갖게 됐다. 가정용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하고, 연출하고, 찍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자기만족’ 차원의 영화였다. 졸업 후 프로듀서를 꿈꾸며 영화 제작회사를 다녔고, 2009년 그의 첫 영화 <시크릿>이 개봉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간 지 10년 만이었다.
사진
송민희 창의교육생/작가
송민희 작가는 글을 쓰고 싶어 방송국 ‘막내 작가’로 들어가면서 작가 인생에 첫 발을 뗐다. 그러다 영화 쪽으로 눈이 갔다. 여러 공모전에 글을 내보다가, 창의사업에서 이현명 피디를 만났다. 표현 그대로 "운 좋게도".
수줍은 듯 말수는 적었지만, 쓰고 있는 핫핑크 뿔테 안경처럼 그녀만의 색깔이 어딘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외유내강이랄까, 소녀 같은 엉뚱함이랄까. “7월 오픈 특강에서 라키우사 선생님이 ‘작가가 씨앗’이라고 하셨잖아요.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제가 가장 작은 역할이었는데, 선생님은 작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 해주셔서 참 좋았어요.”
양태진 창의교육생/작가
학창시절 친구들이 여기저기 기웃대고 몰려다닐 때, 양태진 작가는 영화를 봤다, 거의 매일. 어느 순간 그가 평범하고 착실한 삶을 살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에 갔고 졸업했다. 잠시 영화기획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언론사에 취직해 3년 정도 사회생활을 했다. 그 와중에도 영화에 대한 꿈은 계속 꿈틀댔다.
“영화 <터보> 보셨어요? 세상에서 제일 느린 달팽이가 자동차 경주왕이 되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죠. 그 주인공 달팽이의 삶이 제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혼자서 시나리오를 써보곤 하던 그는, 이제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인연의 시작,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두 작가는 꽤 오래 창작에 대한 욕구를 품어왔고, 이제 그것을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 ‘대표님을 만난 덕분에’ 말이다. 이현명 피디는 교육생들의 감사하다는 표현에 민망해 하면서도, 이내 이들과 한 팀이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지원자가 있었지만 이 친구들에게서는 간절함이 보였어요. 양태진 작가는 벌벌 떨면서 면접을 봤어요. 자기 안에 있는 열정을 정리해서 표현하지 못하면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 떨림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송민희 작가도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일고여덟 명 앞에서 자신을 표현해내야 했으니까요. 송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은 지원서를 통해 읽어서 알고 있었는데, 면접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프로 같았어요. 미래성이 보인 거죠.”
그는 양 작가, 송 작가와 지낼수록 그때의 그 느낌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제가 처음 영화 일을 할 때에 비해서 훨씬 더 프로 느낌이 난다”고도 표현했다. 근무 시간이 다 끝난 어느 ‘불금’, 밤늦게까지 두 작가가 사무실에 남아 작업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둘 다 무언가 하나를 물면 피가 나든 이가 빠지든, 들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놓지를 않아요. 영감이 왔을 때 잠 좀 안자고 밤 좀 새면 어때요? 작가에게는 그런 집요함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둘 다 배짱이 있어요.”
그러나 훌륭한 작가가 잠재력과 오기로만 탄생하는 법은 없다. 이현명 피디는 인터뷰 중에도 이들의 시나리오에서 부족한 점, 시나리오에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야기하며, 두 작가를 끊임없이 다듬어 주었다. 교육생들과 이현명 피디는 일주일에 두세 번 회의를 갖는다. 송 작가는 “회의를 한 번 시작하면 여섯 시간 이상은 한다.”고 귀띔했다. 멘토와 교육생 간의 정기적인 회의 외에도 회사 내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매일매일이 배움의 시간이다.
사진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부터 이현명 피디, 양태진 작가, 송민희 작가, 그리고 매일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영화사 그린피쉬 식구들이다.)
이현명 피디는 교육 방향에 대해 “직접 주기보다는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한달 동안 자신이 쓴 글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객관화시키는 학습을 많이 시켰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정말 많이 읽혔어요. 그전에는 혼자서 글을 써왔을 텐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눈높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여러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좋은 점은 스스로가 느끼고 그것에 녹아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 모니터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두 창의교육생은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또 동시에 회사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성숙해지고 있다. 그들의 시나리오도 함께.
송민희: 대표님께 제가 예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더니,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 혼자 생각할 때는 좋았어도, 막상 회의를 해보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좋은 시나리오도 많이 보여주시니까 스스로 비교를 하면서 제 문제점을 알게 되죠.
양태진: 작품들을 모니터링 하고 대화를 나눌 때 보면 제 관점과는 다른 여러 시각들이 있잖아요. 물 컵 하나를 놓고도 사람들이 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 다른 입장들을 보는 게 재밌어요. 특히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조화롭게, 더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이제까지 강하게 쥐고 있었던 것들을 조금씩 놓고 있어요. 저만의 것은 한 쪽에 기억은 하고 있되, 다양한 색깔들도 접하고 있습니다.
(이현명 멘토팀이 작업 중인 시나리오 이야기와 더 생생한 에피소드들은 ②에서 계속)
한국경제신문 정주원 인턴기자 / 사진 유경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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