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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_전윤찬 멘토팀 ②] 김태우, 남효식, 정민주에게 ‘현장’을 듣다.
(1편) http://goo.gl/2VLEVQ
(계속) 여러 편의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어 봤을 전윤찬 피디. 세 명의 창의교육생이 그를 찾아왔다. 김태우, 남효식, 정민주는 발대식 직후 영화 <선샤인> 현장에 스태프로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난생 처음 간 영화 촬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화 <선샤인>은 내면에 아픔을 간직한 여성이 벽화를 그리며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이 북한에서 선전화를 그리다가 탈북한 새터민이라는 점이 독특하달까. 영화와 그림의 야심찬 공동 작업(collaboration)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전PD는 “탈북자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에서 쓰고 싶었다”라며 “그들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줄 영화”라고 설명했다. <선샤인>은 국내 관객을 만나기 전에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처음 = 풋풋함 + 열정 + 실수
‘전윤찬 피디와 함께 일한 스태프’로 경력을 인정받는 만큼 현장에서는 고생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태우, 효식, 민주: ... (침묵, 웃음)
전PD: 눈치 보는 삶은 살지 말라고! (웃음)
민주: 피디님은 워낙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런데 저희가 현장이 처음이다 보니까 모든 게 생소했어요. 카메라 앵글 안에 서 있기도 했고, 소곤소곤 얘기하는 게 오디오에 들어가서 혼나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1.
태우: 현장에 간 첫 날, 힘들게 촬영 중이었어요. 아직 촬영이 두 시간 정도 남아있었는데, 실수로 녹슨 못을 밟은 거예요.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과 다르게 괜히 걱정만 끼친 것 같아 정말 죄송했어요. 그것도 투입된 첫 날! 다행히 바로 치료를 받아서 다음날 무사히 출근했습니다.
효식: 그 못은 저랑 같이 물건을 나르다가 밟은 거였어요.
전PD: 첫 날 보내놨더니만…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효식: 근데 난 감사했어, 내 대신에 밟아줘서 (웃음).
태우: 누가 먼저 가냐에 따라서 밟을 수밖에 없는 길이었는데, 제가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전PD: 괜찮아 네가 형이니까~
효식: 형이 가벼워서 못이 덜 들어갔습니다. 제가 밟았으면 정말 쑥 들어갔을 텐데, 하하.
에피소드2.
태우: 화가 분들이 소품으로 쓰일 그림을 그리고 계셨어요. 저희는 잠깐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림 그리시는 분들은 쉬지도 못하셨어요. 그분들을 도와드리면서 친해졌고, 지금은 SNS를 통해서 연락을 이어가고 있어요. 현장에서 새로운 인연도 만나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민주: 영화에서 그림이 중요하니까 유명한 화가 분들이 직접 오셔서 작품을 다 만드셨거든요. 살면서 그런 걸 보기가 쉽진 않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 화면에 담기는 과정을 직접 보니까 신기하고 뜻 깊었어요.
에피소드3.
효식: 저는 제주도 현지 촬영 때 마지막 촬영 날이 기억나는데요. 대부분의 장비들은 숙소에 두고, 일부 장비만 싣고 현장으로 가야 했어요.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써야 할 음향장비를 다른 짐이랑 같이 내려버린 거예요. 다행히 후발 차량에 바로 싣고 와서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동시녹음 기사님한테 크게 혼날 뻔 했는데, 좋게 넘어갔어요.
전PD: 제가 교육생들에게 현장에서 제작진들과 친해지고, 성실하다는 말을 들으라고 했었거든요. 친해진 만큼 배우는 것도 많아질 거라고요. 그 관계를 만드는 걸 이 친구들이 참 잘했어요. 어리바리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실수가 있어도 좋게 넘어갈 수 있었던 거죠. 저예산 영화의 좋은 점이 현장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잘 만들어진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태우: 사실 처음에는 기존 제작진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웠어요. 저희가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눈치도 많이 보였고. 다음 작품 <49년>은 프리프로덕션부터 참여하니까 좀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해요.
효식: 영화 작업이 3분의 1 정도는 진행이 된 다음에 저희가 들어갔거든요. 제주도 촬영 다녀와서 많이 친해지게 됐죠. 제주도 출장 기간이 9박 10일로 길다 보니 붙어 있는 시간이 많기도 했고요.
영화 촬영 현장의 ‘엄마’, 프로듀서
영화 제작의 뼈대에는 연출부와 제작부가 있다. 쉽게 말해, 감독 이하 화면에 담기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연출부, 프로듀서(피디) 이하 화면 안과 밖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제작부다. 창의교육생 태우, 효식, 민주가 바로 제작부 스태프로 참여했다. 제작부가 촬영 스케줄, 돈, 세트와 소품, 이동 등 제작 살림을 관리하다 보니, 현장의 ‘엄마’라는 비유가 사용되기도 한다. 전윤찬 피디는 “영화 제작에서 진짜 힘을 갖고 있는 게 프로듀서”라고 설명했다.
창의교육생들은 현장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전PD: 현장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프로덕션’ 과정은 사전 작업(기획, 개발, 프리프로덕션)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이 착착 진행되게끔 만들어져 있어요. 창의교육생들은 헌팅해둔 장소에 먼저 가서 준비를 하고, 주차나 제작진들의 식사 진행과 같은 편의를 봐주고,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해결하는 일들을 했죠.
또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해 나가는지, 왜 이런 분위기로 가는지 등을 느꼈을 거예요. 현장에는 장비들도 많아요. 각 장비가 어떤 쓰임을 가지고 있는지도 배운 거죠. 그런 기본들을 현장에서 하나씩 배웠어요. 기본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창의교육생들도 잘 따라왔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어요.
저예산 영화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 프로듀서가 처리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라는 것은?
태우: 제주도 현지 촬영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1시간 정도 멈췄어요.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까 걱정됐던 게 기억나요.
전PD: 이번에 얘들이 현장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 대학로에서 촬영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인도 아닌 주변 동네 분이 촬영하지 말라고 항의를 하셨어요. 통제를 해야 하는데, 제가 갈 때까지 해결을 못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뛰어간 지 한 시간 만에 해결했죠. 그게 노하우거든요.
현장 상황이 바뀌었을 때 대처할 수도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대규모 상업영화는 그날 스케줄이 나오면 딱 그날 분량만 찍어요. 하지만 저예산 영화는 유동적이죠. 시간이 남으면 바로 “다음 분량 가져와” 해서 찍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해요. 순간순간 장소 이동, 장면 이동이 있을 수 있고, 오늘 찍을 분량이 아니어도 바로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태우, 효식, 민주, 비로소 한 팀이 되다
창의교육생 세 분은 많이 친해지셨나요?
민주: 오빠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여자라서 더 그런 것 같은데 미안해요. 예를 들어서 오빠가 저한테는 다음 촬영시간이 오전 11시라고 알려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8시였던 거예요. 조금 더 자라고요. 어떤 날에는 제작진들이 다 모여야 하는데 저는 조금 더 쉬라고 일부러 안 부르기도 하고.
태우: 저희는 현장 마무리까지 해야 하니까, 촬영 시간이 갑자기 늦춰지면 잠 잘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잘 시간이 있는 날에는 효식이와 제가 될 수 있으면 일찍 일어나서 먼저 일하고, 민주는 쉴 수 있게끔 했죠.
제주도 촬영에서 특히 많이 돈독해졌다고 하셨는데, 팀이 한 달 동안 신뢰를 쌓고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면?
효식: 그 전까지는 우리 셋이 ‘따로따로’라고 생각을 했다면, 촬영 현장에서 뭉치는 방법을 배웠어요. 서로 다르지만 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잖아요. 좋은 작품을 위해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태우: 제가 촬영장 스케줄 종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크게 혼난 적이 있어요. 피디님이 제대로 안 된 점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혼내시는 편이시거든요. 제가 저희 세 명 중에서는 나이가 제일 많아서 대표로 혼난 적도 있었고요. 그럴 때 동생들이랑 ‘이런 일로 내가 혼났으니까 같이 주의 하자’고 얘기를 해서 다독인 게, 저희가 잘 뭉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같은 기수로 뽑혔기 때문에 누가 먼저 ‘이렇게 하자’는 말을 쉽게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냥 저한테 시키면 제가 하는 거고, 얘한테 시키면 얘가 하는 거였죠. 이제는 서로가 다 같이 지적받지 않도록 도와가며 일하게 됐어요.
전윤찬 피디는 ‘영화계의 대목’으로 성장할 태우, 효식, 민주에게 영화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생의 멘토이기도 했다. 인터뷰 중에도 “실수는 따끔하게 그러나 깨끗하게 받아들여라.”, “자신감과 당당함을 잃지 말라.”라는 조언이 계속됐다. 창의교육생들도 현장 경험을 되새기며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함께 가고 있었다.
전윤찬 피디 자신의 길에 대한 곧은 신념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동시에 “언제든지 커피 마시러 사무실로 오세요.”라며 웃는 모습에서 그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윤찬 피디가 멘토가 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전PD: 제가 처음에 영화를 시작했을 때는 저를 도와준 선배가 한 명도 없었어요, 인맥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혼자 몸으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웠던 게 서러웠어요. 그 설움을 아니까, 후배들은 그런 설움을 안 겪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진 것을 나눠서 후배들의 힘든 점은 절반으로 줄여주고 싶어요. 이 지식을 나누면 더 커질 수도 있고, 결국 내 스태프와 내 사람이 생기는 거잖아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거죠.
그러면 나중에는 정말 영화판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지금 영화 현장에서는 ‘너무 힘들어요.’, ‘죽겠어요.’ 하는 말들이 더 많이 들려요. 난 그게 싫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니까 좋은 말이 더 자주 들렸으면 좋겠어요. 나부터 바뀌어야죠. 내가 먼저 후배들에게 이런 마음을 전파시킨다면 영화판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한국경제신문
글 정주원 인턴기자│사진 김현주 정주원 인턴기자│현장사진 영화사‘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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