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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아름답고 인간적인 사랑이야기, 은교 (2012)


사랑이 무에일까.


포스터로만 그간 풍겨왔던 영화 『은교』의 이미지는 70대 노인, 열일곱 여고생, 30대 남자의 얽히고 설킨 섹스 스캔들 정도? 작품성을 내세우는 암울하고 역겨운 분위기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아름다웠다. 젊음과 사랑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친구는 '남성중심적 성적 욕망과 로리타적 요소가 미학적으로 그려져 불쾌한 느낌이었다'고 전했으나 그에 동의하기 어렵다. 성적 욕망들이 얽혀 갈등이 치닫긴 하지만 그 과정은 인간적이고 순수하다.




자신의 집앞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누워 잠들어 있는 은교를 보고 이적요가 처음 느낀 것은 분명 성적 호기심. 눈부시게 하얀 속살, 당찬 젊음은 바로 그의 환심을 샀다. 이적요가 은교를 성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암시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은교와 이적요가 함께 있을 때의 장면들은 다정한 연인 같기도, 다정한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 같기도 했다. 둘이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 팔짱을 낄 때, 데이트를 할 때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던 이유는 두 사람의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둘의 사랑이 성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이적요의 꿈 속, 소설 속이다. 젊은 청년 이적요와 은교의 사랑으로써 말이다. 은교 이야기가 역겨운 로리타가 아닌 이유는, 그 소설 속에서 은교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은교는 성적 노예나 천박한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은교 본인이 읽었을 때도 예쁘게, 자신이 처음으로 예쁘다고 인식할 만큼 예쁘게 묘사됐다. 그것 자체로 이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느낌, 내가 정말 소중하고 예쁜 사람이라는 자각...


제자 서지우가 이적요의 단편소설 '은교'를 반닫이에서 꺼내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보인 뒤, 이적요에게 스승님은 이제 늙었다고, 젊지 않다고, 70대 노인과 여고생의 섹스 이야기는 추문이라고 울부짖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왜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을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데? 외로움에 허덕여 술에 쩔어 성적 흥분에 못이겨 정사를 나눈 서지우와 은교는? 그런 생각들이 스쳤다.


"젊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만약 이적요의 역할이 박해일이 아니라 정말 늙은이었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또 이야기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박해일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어쩌면 그가 하나의 완충작용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침대 속에서 은교의 가슴께에 있는 헤나에 관심을 가지며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빤히 그것을 관찰하던 장면 따위에서 큰 위화감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짜 노파가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은교라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에 대해서는....


단편소설 '은교'가 세상에 공개되고- 이적요의 생일에 은교가 찾아온다. 그런데 서지우도 찾아왔다. 술상을 차려놓고 말 없이 술만 들이키는데, 결국 술에 께나 취한 서지우는 이적요의 심정을 거스르고 만다. 은교는 그런 이적요를 쫓아와 '할아버지 생일 축하해요'라고 말한다. 그 어떤 말보다 예쁘고 진심어린 말이었다. 짧은 포옹과 은교의 입맞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게 끝나가던 사랑이 다시 한번 반전을 맞는다. 은교는 서지우에게 돌아가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이적요는 건물 밖에서 집요하게, 사다리에 올라, 그것을 목격하고 분노한다. 결국 그는 계략적으로 서지우를 죽이고 만다.



이 세 명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처음 은교가 등장했을 때 서지우는 한 번 차를 태워다 줬던 아이라고, 그 아이가 집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서지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은교의 태도는 매우 까칠하고 적대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는 그저 인간에 대한 적개심 때문인가보다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마만큼 편하고 익숙한 사이여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은교가 서지우의 작업실에 찾아갔을 때, 서지우는 크게 화를 내며 '선생님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은교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서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말이니.....

은교가 한껏 교복을 줄이는 것이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 은교가 그저 순수한 아이는 아니라는 것? 예뻐 보이고 싶은 여고생의 심리?

....추측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서지우와 은교는 둘은 '외로워서' 서로를 탐하는 사이가 됐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인가?


은교가 이적요에게 가졌던 동경심과 계속된 접근은 사랑 때문이었을까? 그를 사랑하다가, 서지우가 쓴 아름다운 '은교'를 보고 그에게 마음이 간 것일까? 그저 외로워서 일까? 처음부터 그 작품이 이적요의 작품인 것을 알았다면 관계가 달라졌을까? 이적요의 소설 작품들이 서지우의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 일이 꼬이기 시작한 발단인 것인가?


마지막에 은교가 새삼 그것을 깨닫고, 다시 이적요를 찾아갔을 때, 은교는 자신을 예쁘게 써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의 안개꽃을 놓고 정말로 그를 떠난다. 

눈물 흘리며 은교를 보내는 이적요는 분명 은교를 사랑했다. 그렇다면 은교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http://v.daum.net/link/28871960



이야기의 깊이나 복선, 감정선 하나하나 아름다운 영화였다.


게다가 박해일에 더불어 김무열과 김고은의 재발견 혹은 새로운 발견! 특히 김무열은 예전에 막장 드라마에서 굉장히 강한 비호감을 느꼈던 배우였는데 순박한 듯 하면서도 욕망적인(늑대와도 같은) 모습을 잘 표현했다. 매력적이기도 했고!

김고은이라는 배우도 순수함에 끼 있는 모습까지, 또 신인 치고는 안정적인 연기를 해줘서 영화에 잘 몰입했던 듯. 찾아보니 91년생에 한예종 재학이라고 한다. 짱짱


단순히 야한 영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지금 검색해보니 네이버 평점이 겨우 6점 수준이라니.. 말도 안된다T_T 평이 갈리긴 한다지만. 마케팅? PR?의 실패가 아닌가 한다.


기회가 되면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영화를 한번 더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고.

영화관 아줌마들과 커플들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진 장면들도 있었고. 뾰족한 연필이라느니 별이라느니 문학적인 장면들에 좀더 집중해서, 은교와 서지우를 좀더 주의깊게!




은교 (2012)

7.1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정만식, 박철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9 분 | 20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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