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와서 만난 한국학을 전공하는 더치 친구가 물었다, 라이든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냐고. 나에게 '교환학생'은 빡세게 살아오던 20대 초반에 잠시 쉴 틈, 모든 것을 새로 경험하는 기회, 잠시 머물다가는 곳 정도의 의미를 가졌기에 평화롭고 한적한 이 동네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학점에 목 메며 경쟁할 필요도 없고, 지친 몸 더 지치게 만드는 출퇴근길 러시아워도 없다.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 라이든이었다.
이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이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대답하면 친구는 활기 넘치고 즐길 거리가 많은 서울이 그립다고 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도시에 대해 '아 그랬던가' 하며 다시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강릉을 사랑한 서울토박이와 서울을 사랑한 강릉토박이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감독의 자기반영
맥주
바다가 보이는 집, 한강이 보이는 집, 비슷한 취향
어기라고 만든 룰
장거리 연애의 시작. 사과를 하러 직접 내려간 그.
김태우 역할도 좋았고, 안영미가 연기를 참 잘 해 지루해지던 차에 재밌게 안정감 있게 볼 수 있었다. 예지원은 캐릭터 자체 + 연기까지 안타까웠다. 지나치게 염세적이고 자조적인 모습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급 반감시켰고, 또박또박한 발음과 대사톤은 어색하게 들렸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유정 캐릭터에 비판적인 건 내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데이고, 늘 죽음을 마주하며, 일상에 지쳐버린 30대 사람의 깊이를 이해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리기도 하다.
여유가 나태가 되고, 새로움이 권태가 된 라이든 생활 5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창문을 때리기에 집안에 들어앉아 여행 계획을 짜고, 잠깐 팝콘과 간식 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왔다. 팝콘을 사왔으니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선택한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
곧 서울에 돌아가면 가까이 있으면서도 즐기지 못했던 그 기회들을 놓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여유와 새로움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다, 강릉의 싱싱한 맛집과 서울의 다양한 맛집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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